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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폼이 진짜 바뀐 건가? 시험대에 선 타격 천재

이제 ‘폼’이 아니라 ‘감’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중심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진짜 사냥에 나선다.이정후는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대표팀과 오릭스 버펄로스 공식 첫 평가전에서 3번 타자로 출전, 3회와 9회 안타를 때려냈다. 특유의 날카로운 타구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때렸다.경기 후 이정후는 바뀐 타격폼을 몇% 정도 완성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제 (9일 호주전을 시작으로) 실전에 들어왔기 때문에 폼을 신경 쓰지 않겠다. 삼진당하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다. 중요한 경기가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폼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좋은 자세보다 좋은 타구를 만드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142경기에서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안타)에 올랐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그런 그가 깜짝 선언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 폼을 바꾸겠다며 지난 1월 초 일찌감치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타격의 최정점에서 그가 모험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MLB) 진출하려는 이정후는 시속 150~160㎞의 강속구를 때려내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더 간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이정후는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톱 포지션(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을 낮췄다. 또한 하체 이동도 줄였다. 오픈 스탠스에서 이동발(좌타자의 오른발)을 당겼다가 앞으로 내딛는, 특유의 동작을 최소화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그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당시 이정후는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 (새 폼으로)공을 맞히지도 못한다. (다른 선수들이 아닌) 내가 걱정”이라며 “한 번도 안 해봤던 자세다. 당연히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그래도 (수정을 반복하면서) 가장 편안한 폼을 찾았다”고 전했다.폼 변화에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린다. 캠프에서 완성했다고 해도 시범경기를 치러야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그러나 이정후 앞에 WBC가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새 폼을 가장 큰 무대에서 큰 선수들을 상대로 시험하게 됐다. 폼 변화에 집중하다가 자칫 원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6일 평가전 멀티 히트로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웠다.이날 경기에 앞서 훈련에서 이정후는 최대한 간결한 자세로 타격하려 했다. 실전에서도 상하체 움직임이 작아진 것 같았으나, 미국 캠프에서 보여준 것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중간 단계가 이정후가 찾았다는 ‘편안한 폼’일지 모른다.이정후의 인터뷰와 타격을 ‘훈련 모드’에서 ‘실전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폼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자신의 총이 아닌 목표물에 집중하겠다는 킬러 본능이 번뜩였다.오사카=김식 기자 2023.03.07 10:27
프로야구

KT에서 못다 푼 ‘호호 듀오' 의 한, 대표팀에서 폭발한다

지난해 KT 위즈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박병호(37)를 영입하면서 큰 기대에 부풀었다. 홈런타자 박병호가 기존 중심타자인 강백호(24)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타선의 무게감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직전 강백호가 발가락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면서 퍼즐이 깨졌다. 강백호는 시즌 중반 복귀했지만 부상 여파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박병호까지 막판 발목 인대 부상으로 빠지면서 동반 출전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예기치 못한 줄부상에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아쉬웠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두 선수는 새 시즌 다시 '호호 듀오'의 동반 폭격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는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 먼저 나올 전망이다. 두 선수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함께 발탁됐기 때문이다. 최지만(32·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합류 불발로 이들 둘이 대표팀의 1루수 자원이다. 두 선수는 KT에서 못다 푼 한을 국제대회에서 풀고자 한다. 타선의 무게감과 폭발력을 고려한다면 두 선수는 1루수와 지명타자로 동반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수에서 안정적인 박병호가 주전 1루수로 낙점된 가운데, 강백호가 공격에 집중하는 지명타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루 수비가 가능한 김현수(35·LG 트윈스)도 있어 대타나 교체 걱정 없이 두 선수의 동반 출격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선수의 폭발력은 대표팀 연습경기에서도 증명됐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은 총 네 차례 평가전을 치렀는데, 두 선수 모두 팀의 중심타자로 선발 출전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박병호는 평가전 네 경기에서 12타수 6안타 1홈런을 때려내며 공격을 주도했고, 강백호는 19타수 6안타 2홈런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지난 24일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에선 동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대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두 선수는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에서 풀어야 할 한이 있다. 박병호는 지난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4번타자로 낙점됐으나, 홈런 없이 타율 0.179(28타수 5안타)에 그치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백호도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설상가상 팀이 지고 있는 상황서 심드렁하게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두 선수는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한을 WBC에서 풀고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한다. 박병호는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개인)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많은 비난도 들었고, 그럴 때마다 후회가 남았다”라며 이번 대회에서의 반등을 다짐했다. 강백호 역시 “(도쿄 올림픽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책임감을 느끼며 준비하고 있다. 남은 훈련 기간 준비를 더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WBC 대회에서의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 2023.02.27 07:14
야구

SSG 새 외인 크론 "인천에 우승 다시 가져오겠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29)이 한국 무대에서의 각오를 전했다. SSG는 지난 12월 4일 제이미 로맥의 후임 외국인 타자로 크론과 계약을 발표했다.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연봉 60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 조건이다. 지난 21일 입국한 크론은 KBO리그라는 새 환경을 맞아 준비에 한창이다. 크론은 "한국에서 뛰게 된다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미국에서 뛸 때보다 시즌 준비를 조금 더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프 시즌 때 쉬지 않고 꾸준히 주 5일 웨이트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 루틴을 유지해왔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 첫날부터 배팅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11월부터 타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크론은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장수 외국인 투수로 사랑받았던 메릴 켈리와도 가까운 사이다. 크론은 "켈리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합류한 후 (구단에서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한) 루키 캠프에서 만났다"며 "콜업되어 켈리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더 친해질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자주 만나 골프도 치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고 소개했다. 한국야구 선배로서 켈리에게 조언도 얻었다. 크론은 "켈리가 한국 야구에 대해 내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한국 음식이 정말 맛있다고 전했다"며 "특히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큰 기대감을 줬다. 인천이 외국인 선수가 살기에 가장 좋은 도시라고 했고, 내가 한국과 인천을 많이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켈리가 미국과 한국 야구의 유사점과 차이점, 한국 투수들의 성향, 시즌 스케줄 등의 내용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며 "그의 조언이 한국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당시 켈리를 통역했고, 올해 크론을 담당하게 된 김주환(영어 이름 Joe) 씨와의 인연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만반의 준비가 된 크론이지만, 자가격리 기간이 변수다. 크론은 "몸 상태는 아주 좋다. 한국에 오기 전 미리 신체적으로 잘 준비하고자 노력했다"면서도 "자가격리 기간 동안 외부 활동이 불가능해 부득이하게 방에서 최소한의 운동으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 자가격리를 마친 후 캠프 초반에 확실히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새 무대뿐 아니라 새 팀에서의 적응에 대한 각오도 단단하다. 그는 "야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고, 위닝 팀은 팀원들 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새로운 코치진 및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저 얻을 수 없으니 그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게끔 행동하고 노력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크론은 "목표는 SSG가 우승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모두가 승리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그 이외의 것들은 다 따라온다는 것을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느꼈다"라며 "매 시즌 나의 목표는 팀의 승리를 돕는 것이다. 파워히터로서, 그리고 팀의 중심타자로서 공격적으로 타격에 임하겠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멀리 치고 타점을 많이 생산할 수 있으면 팀이 이길 확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크론은 SSG 팬들에게 "어메이징한 SSG팬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흥분된다. 계약이 확정된 후 수많은 팬분으로부터 열성적인 응원을 받았다"며 "큰 동기부여를 받았고, 팬분들 앞에서 하루빨리 경기를 치러 승리의 기쁨을 드리고 싶다. 인천이라는 도시에 다시 우승을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1.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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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0.68' NYM 디그롬, 옆구리 통증 재발로 자진 강판

뉴욕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33)이 등판 도중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디그롬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68개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더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팀이 2-1로 앞선 6회 초 등판을 앞두고 자진 강판했다. 메츠가 4-2로 승리해 승리 투수는 될 수 있었다. 메츠 구단은 “디그롬은 우측 옆구리에 뻐근함을 느껴서 강판됐다”고 밝혔다. 선수 보호 차원의 조치라고 덧붙였다. 디그롬은 지난 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당일 우측 옆구리에 통증을 느꼈고 등판 대신 검진을 받기로 했다. 염증 진단을 받은 디그롬은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채 10일 등판을 준비했지만, 다시 한번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 경기 후 루이스 로하스 메츠 감독은 “부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그롬은 4회까지 퍼펙트 이닝을 이어갔다. 1회 초 파빈 스미스를 시작으로 호세 로하스, 조시 밴미터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2회 초에도 애리조나 중심타자 데이비드 페랄타, 스티븐 보트,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를 모두 뜬공으로 막아냈다. 3회 초에는 삼진 두 개를 겻들이며 3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웠다. 4회 초에도 삼진 두 개를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호투를 이어가던 디그롬은 5회 초 갑자기 흔들렸다. 페랄타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고, 보트에게 2루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에스코바에게도 볼넷을 주며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실점을 최소화했다. 우타자 닉 아메드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2루수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 3루 주자 페랄타가 득점했다. 달튼바쇼에게 볼넷을 허용해 다시 1·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대타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98.3마일(158.2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MLB.com의 사라 랭스 기자에 의하면, 지난 2018년 5월 1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이후 디그롬이 한 이닝 볼넷 3개를 허용한 건 역대 두 번째다. 당시 디그롬은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후 맞이한 복귀전이었다. 1회 45개의 투구를 마친 뒤 조기 강판을 당했다. 디그롬은 6회 초 애리조나 공격을 앞두고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투구 도중 통증을 느꼈다. 이상함을 느낀 포수가 마운드로 걸어갔고, 심판도 메츠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냈다. 결국 디그롬은 자진 강판을 선택해 트레이너와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메츠 팬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디그롬을 바라보며 기립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디그롬의 자진 강판 때문에 메츠는 급히 미구엘 카스트로를 구원 등판시켰다. 메츠 불펜진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4-2 승리를 매조지었다. 올 시즌 5경기 선발로 나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해 ‘4월의 투수’로 선정된 바 있는 디그롬은 이날 경기 팀의 승리로 시즌 3승을 신고했다. 평균자책점은 0.68로 상승했다. 김영서 인턴기자 2021.05.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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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NC를 이끄는 '결승타 포식자' 나성범

득점이 필요한 순간, 나성범(31·NC)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간다. 나성범은 18일까지 76경기에 출전해 결승타를 11개 기록했다. 이정후(키움), 최형우(KIA·이상 13개)에 이은 KBO리그 결승타 부문 3위. NC 타자 중에서는 독보적이다. 유일하게 두 자릿수 결승타를 기록 중이다. 팀 결승타 49개 중 22.4%를 혼자 책임졌다. 18일 창원 키움전에서도 그의 가치가 빛났다. 이 경기 전 NC는 2위 키움에 0.5경기 차로 쫓기고 있었다. 맞대결에서 패하면 순위가 바뀔 수 있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를 앞둔 NC 더그아웃 분위기는 꽤 무거웠다. 직전 열린 LG와의 홈 3연전을 모두 패했기 때문에다. NC의 지난 10경기 성적도 3승 7패로 하락세가 뚜렷했다. 해결사는 역시 나성범이었다.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1-1로 맞선 3회 말 1사 2루에서 사이드암 한현희의 3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기는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승기를 잡은 NC는 리드를 지켜내며 5-1로 승리. 키움과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부상 공백이 무색하다.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경기 중 3루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 무릎이 심하게 꺾였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그는 이틀 뒤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 인대 재건술과 바깥쪽 반월판 성형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그대로 시즌 아웃. 프로 입단 후 경험한 가장 큰 부상이었다. 나성범에게 재활 훈련은 긴 터널 같았다. 착실하게 치료 일정을 마친 그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연습경기를 거쳐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놀랍게 빠른 속도였다. 당시 나성범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타격할 때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이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한 것이다. 나성범은 5월 5일 삼성과 개막전부터 불을 뿜었다. 0-0으로 맞선 4회 초 삼성 선발 백정현을 공략해 결승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백정현은 통산 NC전에서만 12승(1패)을 따낸 '천적 투수'였다. 당시 NC 양의지는 "(나성범의 활약은)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많이 있다. 우리 팀 중심타자로서 사기를 올리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나성범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갔다. 5월 19일 두산전에선 팀을 7연승으로 이끄는 천금 같은 안타를 기록했다. 6월 5일부터 열린 대전 원정 3연전에선 1차전과 3차전 결승타로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7월 19일 창원 KT전에서도 결승타를 날렸다. 손바닥 염증 부상에서 복귀한 지 이틀 만이었다. 나성범의 득점권 타율은 0.330. KBO리그 25위다. 시즌 타율(0.313)보다 높지만 아주 돋보이는 건 아니다. 팀 동료 박민우(0.426), 양의지(0.420)와 비교하면 득점권 타율이 1할 가까이 낮다. 시즌 결승타가 2개인 노진혁(0.333)에게도 득점권 타율은 뒤진다. 하지만 나성범의 클러치 능력은 득점권 타율로 설명할 수 없다. 그는 11개의 결승타 중 1회에만 6개를 때려냈다. 상대 선발 투수에게 초반부터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18일 경기 후 나성범은 "다들 많이 지친 상태였고, 지난주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중요한 상대를 만나다 보니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팀에 보탬이 되려고 집중했다. 찬스가 나면 어떻게든 타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채종범 NC 타격 코치는 "팀의 간판타자이며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나성범이 중심타선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들에게 굉장한 압박이 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8.20 06:01
야구

[IS 인터뷰] 개막전 정조준 NC 나성범 "타격은 100%"

부상에서 회복한 NC 나성범(31)이 개막전을 정조준했다. 나성범의 2019시즌은 5월 3일에 멈췄다. 그날 창원 KIA전 2회말 3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 무릎이 꺾였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이틀 뒤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인대 재건술과 바깥쪽 반월판 성형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프로 입단 후 겪은 가장 큰 위기였다. 중심타자를 잃은 NC는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지만, 첫 경기에서 패하며 탈락했다. LG를 상대로 5안타 빈타에 허덕인 게 결정적이었다. 단 1득점에 그치며 나성범의 빈자리를 느꼈다. 차근차근 재활 단계를 밟았다. 9월에는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다. 11월 귀국하기 전까지 LA에 있는 보라스 스포츠 트레이닝 인스티튜트(BSTI)에서 훈련했다. 수술 부위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지난 2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팀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비를 제외한 타격에만 집중했다. 현재 자체 청백전을 치르면서도 수비는 하지 않는다. 구단은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선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무릎을 다친 만큼 신중하다. 이동욱 감독은 "최고의 시나리오는 5월에 있을 개막전 때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거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데 끌어다가 쓰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미뤄진 것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최소 4월까진 불발돼 컨디션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리그 전체에는 큰 타격을 줬지만, 나성범에겐 조급하지 않게 재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그는 "야구를 1, 2년하고 그만둘 게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고 있다"며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몸에 더 단단해진 거 같은데. "일부러 키우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좋아진 거 같다. 살을 많이 뺐다. 지난해 9월 미국에 갈 때 체중이 112kg 정도였는데 지금은 102~3kg이다. 좀 더 빼려고 하는데 잘 빠지지 않더라. 여기가 끝인 것 같다.(웃음)" -체중을 뺀 이유는. "무게가 많이 나가면 아무래도 무릎에 부하가 많이 된다. 조금이라도 가벼우면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이전부터 빼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됐다. 관리 차원이다. 파워는 큰 문제가 없다. (체중 변화로) 급격하게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무릎 상태는 어떤가. "많이 좋아졌다. 야구를 1, 2년하고 그만둘 게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고 있다. 선수 생활을 단기로 하려면 당장에라도 하겠지만 몇 년 더 해야 하니까. 시즌이 미뤄지고 있는 게 나한테는 조금 득이지 않을까 한다." -수술한 지 1년 정도가 됐는데. "지난해 5월 5일 수술했다. 사람마다 다르다. 수술 후 1년이 지난 뒤 복귀할 수 있고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하고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운동선수여서 계속 뛰어다녀야 하고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최대한 몸을 쉬어주고 있다." -개막이 미뤄지고 있는 게 재활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초조함은 덜하지 않나. "좋지 않은 일로 (개막전이) 딜레이되고 있지만, 나한테는 좋은 시간인 것 같다. 그러나 빨리 (코로나19가) 없어졌으면 한다." -작년에는 주장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지금은 아니다. 마음가짐이 다를까.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한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주장을 했을 때는 선수들에게 좀 더 다가갔던 거 같다. 후배들하고 얘기도 많이 하려고 했고, 책임감이 아무래도 더 컸다. 지금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재활하면서 밖에서 바라본 야구는 어땠나. "한동안 잘 안 봤다. 너무 힘들기도 했다. 이렇게 길게 쉬어본 것도 처음이어서 1년을 어떻게 기다릴지 막막했다. 재활하면서 야구장과 집을 오갔는데 한두 달이 지나니까 선수들에게 미안함이 더 커졌다. (내 부상으로 인한 공백 때문인지) 외야수가 교체되고 (트레이드로) 명기 형이 오고 우성이가 가지 않았다. 괜히 내가 원인을 제공했나 싶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위기를) 헤쳐 나가서 5강까지 가고 그랬던 거 같다." -동료들이 등 번호 47번을 헬멧 등에 새기고 경기를 뛰었는데. "야구를 하면서 다른 구단에서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내 번호가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 선수들이 그렇게 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 -팀 타선에 대한 평가가 좋은데. "나만 잘하면 된다. 선배들이 너무 잘하고 외국인 선수도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충분히 잘할 거 같다.(웃음)" -타격은 현재 100%인가. "100%로 하고 있는데 경기 감각이랑 연습은 다르지 않나. 계속 경기를 하면서 감을 잡으려고 한다. (스프링캠프 때는)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가서 그런지 공이 날아오면 보기 바빴던 거 같다. 지금은 괜찮다." -구단 간 연습경기를 더 기다리겠다. "자체 청백전을 하고 있지만 직접 (시즌 중에) 상대해야 할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이라서 우리 팀 투수를 상대로 잘 쳐서 뭐하겠나." -우승 적기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젠 해야 할 것 같다. 모든 팀이 우승을 하고 싶겠지만, 우리도 이 좋은 야구장에서 해야지 않을까. 매번 정규시즌 때 잘하다가 끝 무렵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나고 나면 항상 후회되더라. 한국시리즈 때 다른 팀들이 하고 있으면 TV를 보고 있어도 재미가 없더라."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빠른 이야기 같다.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할 수 있는 거라서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아직은 조금 이르다." -코로나19로 인한 개막전 연기로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 얘기도 나오는데. "선수들한테는 좋지 않을 수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겨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무릎에서 회복돼) 전 경기를 출전하는 건 솔직히 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원=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4.16 06:00
야구

'캠프 성과 대만족' SK, "선수 개개인 발전이 팀 성장으로 이어질 것"

"선수 개개인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고, 그 발전이 모여 팀 또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팀 SK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와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진행된 1·2차 스프링캠프를 모두 마치고 10일(한국시간) 귀국했다. 베로비치 1차 캠프에서는 기술 및 전술 훈련 위주 훈련을 진행했고, 투손 2차 캠프에선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이번 캠프의 테마는 세 가지. '생각이 변화'와 '자기 야구(루틴) 확립' 그리고 '질적인 훈련'이다. 지난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시즌 최종전에서 2위로 내려 앉은 SK는 올해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는 게 염 감독의 자체 평가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타격 부분에 아쉬움이 많았다. 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이 생각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타격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코칭스태프도 어떤 생각을 갖고 타격을 해야 하는지 선수와 함께 고민하며 좋은 방법을 찾아 제시했다. 이번 캠프는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도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투수 쪽은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했다. 투수들이 자신의 투구 루틴을 정립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올해부터 SK 주장이 된 간판타자 최정 역시 부상이나 사고 없이 캠프를 마무리한 점을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주장으로서 젊은 선수와 베테랑 선수 모두 야구할 때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선수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개성과 열정을 자유롭게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선수들 훈련 분위기가 좋았던 덕에 다들 개별적으로 목표한 바를 이루면서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주장으로서의 역할 외에 SK 중심타자이자 주전 3루수로서 자신을 더 발전시키는 데도 매진했다. 최정은 "타격에선 원래 타이밍보다 더 빨리 준비해 타이밍을 길게 잡고, 공을 받아 치는 연습을 했다. 타구 스피드도 좋아지고, 연습게임 결과도 괜찮아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다"며 "수비 스타일도 기존에 하지 않던 리듬으로 연습했는데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체지방 감소와 부상 방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올 시즌 SK에는 여러 변화가 생겼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부동의 에이스였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의 이탈이다. 또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새로운 얼굴로 교체되면서 아직 정규시즌에 어떤 기량을 보여줄 지 미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염 감독이 "올 시즌 우리 팀 성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 외인 투수들의 적응 여부"라고 꼽은 이유다. 다행히 선수단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구위나 제구도 괜찮은 데다 팀메이트로서의 자세도 훌륭하다는 후문이다. 염 감독은 "캠프 기간 두 선수를 지켜보니, 생각도 깊고 KBO 리그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봤다"며 "특히 닉 킹엄은 본인도 한국 야구가 처음이라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도 영어가 서툰 리카르도 핀토를 위해 스페인어를 써가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킹엄은 이와 관련해 "선수단 분위기가 매우 좋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지내며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훈련 때나 경기 중에는 모든 선수가 굉장히 진지하다"며 "다들 경기를 서로 즐기며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서는 긴장을 풀고 동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내놨다. 이제 자신이 팀 전력의 구심점이 될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는 "(연습경기를 해보니) 한국에는 정말 좋은 타자들이 많은 것 같다. 적극적인 스윙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컨택 능력도 좋고 헛스윙도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1선발로 기대하며 신뢰를 보내줬고, 나도 그것을 계기로 1선발 역할을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항상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팀 최고의 투수라 믿을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SK는 11일까지 시차 적응과 컨디션 관리를 위한 휴식을 취한 뒤 12일 오후 1시부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단체 훈련을 재개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염 감독은 "코로나19 변수로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개막이 연기돼 고민이 많다"며 "자체 청백전과 훈련을 계속 진행한 뒤 개막일이 결정되면 그 시기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영은 기자 2020.03.10 15:31
야구

2020년 황혼 세대가 된 2000년 황금 세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은 미국을 꺾고 우승했다. 당시 대표팀은 고교 3학년 선수들로 구성됐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 태어난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한화 이글스), 정근우(LG 트윈스·이상 38) 등이다. 프로 선수가 된 뒤로도 10년 넘게 한국 야구를 대표한 이들은 ‘황금 세대’로 불렸다.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야구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아직은 젊은 후배와 경쟁할 만하지만, 힘과 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마흔 살을 앞둔 나이에 계약도 쉽게 풀릴 리 없다. 2020년, 이들은 야구 인생의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롯데의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이대호는 벌써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다. 휴식기였던 지난달 초 사이판으로 훈련을 떠나 3주 동안 몸을 만들었다. 평소 체중이 13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이대호는 사이판 훈련에서 15㎏을 감량했다. 지금도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버스로 이동하지 않고 40분 동안 걷는다. 운동량을 늘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이대호는 지난해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즌 막판 2군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롯데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로 인해 롯데는 사장과 단장, 감독까지 바뀌었다. 롯데 소속 자유계약선수(FA)였던 손승락(38)이 계약하지 못한 채 은퇴하는 등 베테랑을 대하는 구단 분위기가 냉랭하다. 올해로 총액 150억원의 4년 계약이 끝나는 이대호도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호가 어느 해보다 절박하게 시즌을 준비하는 이유다. 이대호는 “지난해 팀 부진은 내 책임이다. 올해는 내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이 올라가야 한다. 기량은 아직 자신 있다. 지금까지 계약을 생각하고 야구를 한 적은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날렵해진 몸으로 1루 수비까지 하고 있다. 올해도 지명타자를 맡을 전망이지만, 전준우 등과 번갈아 1루수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자신이 수비까지 한다면 팀 공헌도가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한화 동료들과 훈련 중인 김태균도 비슷한 심정이다. 2000년 한화 입단 후 줄곧 중심타자로 활약한 김태균은 지난해 타율 0.305, 6홈런, 62타점에 그쳤다. 그도 이대호처럼 시즌 중 2군에 다녀왔다.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지만,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김태균은 지난 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었다. 2년 계약이 이뤄질 거라 예상됐는데, 시장은 얼어붙었고 협상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난달 말 캠프로 떠나기 직전 김태균은 “올해 좋은 성적을 내서 재평가받겠다”며 1년(10억원) 계약을 구단에 제안했다. 김태균은 “2018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가 지난해 하위권(9위)으로 떨어졌다. 후배들과 함께 재도약하고 싶다. 타격 정확성은 자신 있다. 떨어진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2년생 친구들 모두 힘내자”며 웃기도 했다. 2013년까지 SK 와이번스의 전성기를 이끌다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는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 보호 선수(40명) 명단에서 빠졌다. 정근우는 자신의 포지션인 2루수를 정은원에게 물려주고 2018년부터 외야수로 뛰었다. 2루수 정주현(30)의 경쟁자를 찾고 있었던 류중일 LG 감독은 정근우 영입을 결심했다. 한화에서 정근우는 주전 경쟁에서 조금씩 밀렸다. 지난해 4위이자 올해 우승을 노리는 LG에서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정근우는 “다시 2루수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예전 기량을 100% 찾을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하겠다. LG에 도움 주고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테랑 정근우는 젊은 후배로 구성된 캠프 선발진에 합류, 지난달 21일 일찌감치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훈련 중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2020.02.11 08:50
야구

NC, 새 외국인 선수 투수 라이트, 타자 알테어 영입

NC가 2020시즌을 뛸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NC는 22일 새 외국인 투수로 마이크 라이트(29) 외국인 타자로 애런 알테어(28)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 선수 모두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조건이다. 신규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총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그만큼 구단이 거는 기대가 크다.라이트는 오른손 스리쿼터 유형의 투수다.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50km일 정도로 빠르고 제구도 수준급. 커터, 투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0승 12패 평균자책점 6.00이다. 올 시즌에는 볼티모어와 시애틀 소속으로 19경기에 불펜으로 나와 1패 평균자책점 7.98을 기록했다.독일 태생인 알테어는 우투우타 외야수다. 2017년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19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뉴욕 메츠 소속으로 49경기를 소화해 타율 0.082(61타수 5안타)로 부진했다.임선남 NC 데이터팀장은 "라이트는 구종이 다양하고 경험이 풍부하다. 알테어는 중심타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두 선수는 메디컬체크를 통과하면 입단이 최종 확정된다. 내년 2월 애리조나 투손에서 시작하는 팀 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19.11.22 13:27
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폭발하는 마이너 홈런, 외인 평가 기준에도 영향

'홈런'은 이제 주요 평가 항목이 아니다. 좋은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기 위해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올해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선 홈런이 '역대급'으로 급증했다. 지난 6일(한국시간)까지 트리플 A 퍼시픽코스트리그(PCL·Pacific Coast League) 팀 홈런 1위 엘패소(샌디에이고 산하)의 기록은 189개(88경기)다. 경기당 홈런이 무려 2.15개. 이 부문 지난해 공동 1위에 오른 솔트레이크(LA 에인절스 산하·139경기)와 라스베이거스(오클랜드 산하·140경기)의 173홈런을 일찌감치 앞섰다. 상대적으로 홈런이 적게 나오는 인터내셔널리그(IL·International League) 팀 홈런 1위 콜럼버스(클리블랜드 산하·86경기 147홈런)도 지난해 1위 리하이 벨리(필라델피아 산하·140경기 145홈런)의 성적을 뛰어넘은 상황이다.KBO 리그 스카우트에도 그 여파가 끼친다. 국내 A구단 스카우트는 "솔직히 홈런은 보지 않는다. 타율이나 발사각을 좀 더 들여다보지 홈런을 많이 쳤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내리진 않는다"며 "홈런은 (평가 항목에서) 지웠다"고 했다. 그동안 외인 타자 평가 항목 중 상위에 홈런이 있었다. 대부분 클린업트리오에 들어갈 중심타자를 찾기 때문에 홈런은 타자 능력을 볼 수 있는 절대 지표 중 하나였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크게 의미를 두기 힘든 자료로 전락했다.지난 4월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2018년 4월 트리플 A 타자들은 47타석마다 홈런을 터트렸다. 그러나 올해 4월에는 32타석에 하나"라고 밝혔다. 탬파베이 내야수 네이트 로는 "누군가 PCL에서 한 시즌을 뛴다면 홈런 55개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다. PCL 개인 홈런 1위 케빈 크론(리노·애리조나 산하)은 55경기에서 홈런 29개(206타수)를 때려 냈다. 장타율이 무려 0.840. 2014년 마이너리그에 데뷔해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7개(상위 싱글 A)였지만 일찌감치 개인 첫 30홈런 초읽기에 들어갔다. 루이빌(신시내티 산하)에서 뛰던 조시 반미터는 첫 30경기에서 무려 13홈런을 기록해 70홈런 페이스를 자랑했다. 대부분의 타자가 '홈런 인플레이션' 속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공인구 교체가 '타고투저'로 연결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마이너리그에선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공으로 공인구를 교체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코스타리카, 마이너리그 공인구는 중국에서 생산됐는데 '통일성'을 위해 같은 공을 이용한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최근 빅리그 내 홈런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이 기조가 마이너리그의 '타고투저'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친다. 국내 B구단 스카우트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홈런이 쏟아진다"고 했다.타자들 성적에도 어느 정도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대체 외인으로 롯데와 계약한 제이콥 윌슨의 시즌 트리플 A 홈런은 15개. 55경기만 뛰고 개인 한 시즌 마이너리그 최다 홈런인 18개에 육박했다. 시즌 장타율이 0.609로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0.435)과 비교하면 무려 1할7푼 이상 차이 났다. 최근 NC의 대체 외인으로 낙점된 제이크 스몰린스키의 시즌 트리플 A 홈런은 12개(장타율 0.504)로 개인 통산 최다(종전 10개)였다. 뚜껑은 열어 봐야 하지만 2013년 트리플 A에서 보여 준 성적(장타율 0.401)이 진짜 모습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 C구단 스카우트는 "마이너리그 홈런 10개는 이제 너무 쉬운 기록"이라고 했다.타자를 평가하는 항목은 다양하다. 세이버메트릭스를 바탕으로 한 세부화된 지표가 주목받으면서 클래식한 기록에는 큰 가치를 두기 힘들어졌다. 발사각(Launch Angle)과 타구 속도(Exit Velocity) 그리고 배럴(Barrel) 타구 등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희소성이 떨어진 '홈런'은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최소한 올 시즌에는 그렇다. 외국인 시장에서 '홈런'에 주목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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